반 대항 농구시합과 콜라

 

 고교 1년 시절. 뜨겁던 여름. 반 대항 농구대회에서 우리반이 초반 라운드에서 패배하여 토너먼트에서 탈락했다. 머리가 절반 정도 벗겨졌지만 열정은 누구 못지 않았던 30대 초반의 담임은 실망한 역력이 가득했다. 하지만 반 전체 급우들에게 시원한 콜라를 돌렸다. 물방울이 맺혀있었던 새빨간 캔의 코카콜라. 무거운 분위기에 어느 누구도 선뜻 먼저 캔 뚜껑을 따려 하지 않았다. 

 몇 초의 시간이 지났을까, 담임의 '마셔라, 뭐하노'라는 말이 떨어지자마자 그제서야 급우들은 동시에 캔 뚜껑을 열었다. 그 때 '칙, 치칙, 칙, 칙칙, 칙' 하며 교실을 가득 채웠던 50여개의 콜라 캔에서 탄산 빠지는 소리를 아직까지 잊을 수가 없다.

 에어컨이 없어 활짝 열린 교실의 창문 밖 하늘은 더할 나위 없이 새파랬다. 기분 좋게 떠 있는 구름 몇 덩어리는 윤곽선이 너무나 선명했다. 입 속의 콜라는 서늘했다. 선수로 뛰지 않아 피곤할 리가 만무했지만, 어마어마한 잠이 밀려왔다. 



 



by spaceboy | 2022/08/04 16:56 | Ignition : thoughts | 트랙백 | 덧글(0)

◀ 이전 페이지          다음 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