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05월 16일
한국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이 제공하는 정규교육을 받았고,
한국에서 태어난 신체 건강한 남자라면 당연히 이행해야 할 병역의무를 마쳤으며,
한국에서 근무하는 회사원으로서 부담해야 할 세금도 꼬박꼬박 지불하고 있고,
선거일이 되면, 국민으로서의 의무를 수행하고자, 아침 일찍 선거장을 방문하여 표를 던진다.
비록 한국이라는 국가를 내 스스로가 선택하지 않았지만,
한국 국민이라는, 내게 주어진 운명의 틀 안에서 내가 해야 할 일들은 성실히 이행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은 '주어진 의무에 따른 이행', 그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선거를 제외한다면, '기꺼이'라는 형용사를 붙일 정도로 의무이행에 자발적이지는 않다는 말이다. 이러한 스스로의 행동규범은, '의무조차 이행하지 못하는 자는 비판할 자격이 없다'라는 내 스스로의 discipline (마땅한 한국어 단어를 못찾겠다)에서 비롯된 것이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나는 한국(엄밀히 말하면 한국 정부)을 싫어한다. 한국을 싫어하기 때문에 한국에 대해서 관심이 많다(이 말이 잘 이해가 안간다면, 라이벌 축구팀의 선수 이적 사항을 환히 꿰뚫고 있는 축구팬의 심리와 비교해서 생각하면 된다).옳고 그름에 대한 내 스스로의 잣대를 세워 때로는 한국에 대해 비판을 가하고, (아주 드물기는 하지만) 때로는 호응의 박수를 친다. 뭇 한국인과 별 차이가 없겠네, 하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내가 스스로 포지셔닝하고 있는 나 자신은 '한국인'으로서가 아닌 '하나의 인간'으로 한국의 상황에 대해 접근하려고 하기 때문에 한국에 대한 감정에 있어서 다소간의 차이가 존재하리라 생각한다. 내가 사랑하는 국가가 아니기 때문에 최대한 객관적인 시점으로 한국을 바라보려 노력한다. 물론, 한국 내에서의 정책 변화에 따라 내가 소유하고 있는 자그마한 기득권에 변화가 생기기도 하겠지만 가능한 범위 내에서 주변의 목소리에 휩쓸리지 않고, 내 스스로의 판단 척도를 갖고, 이에 따라 내가 움직일 범위를 책정한다. 나는 이런 나의 자세와 행동에 대해 떳떳하다. 어느 누구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고, 한국 국민의 대다수가 움직이고 싶어하는 방향에 미약하나마 추진력을 보태 주기도 한다.
계기가 있었다.
경희대 사학과에 적을 두었다는 이유로 대학 시절, 선배들에게 이끌려 데모장에 꽤나 자주 몰려다녔다. 그 당시의 나는 그것이 정의인 줄 알았고, 그렇게 내가 행동하면 세상이 변할 거라 꿈꾸었다. 하나와 하나들이 모이는 커다란 힘의 존재를 믿었다. 하지만, 내가 보는 세상은 변하지 않았고, 피흘려가며 옆에서 구호를 외치며 나에게 주체사상을 가르쳐 주던 선배는 졸업 무렵이 되어서 벽돌을 얌전히 내려놓고 공무원 시험 책을 줏어 들고 있었다. 69를 읽게 되면서 즐거운게 이기는것, 이라는 생각에 신나게 놀았고, 'GO'를 읽으면서 소속과 호칭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진실은 사회서적이나 교과서에 있는 것이 아니라 소설 속에 있는 법이다.
채 정리가 되지 않는 논리로 이딴 글을 쓰려하니 머리에서 쥐가 나려고 한다. 난 좋은게 좋고 싫은건 싫은 사람이다. 그리고 좋은 건 좋다고 표현하고, 싫은 건 싫다고 표현하려한다. '이런 나를 이해해 주세요', 투로 쓰는 글이 아니라 '씨발, 나는 이럴 거라고'라고 쓰는 글이니 뭔가가 맘에 안들거나 '이건 좀 이해가 안간다'는 부분이 있으면 찾아와라.
기다려 줄테니.
# by | 2012/05/16 14:15 | Artworks : i created | 트랙백 | 덧글(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