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ling 기고] FUJI ROCK FESTIVAL 2010


the Bling September 2010 issue (Page 108, 109)


2006, 펜타포트락페스티벌의 둘째 날, 안개가 두껍게 내려앉은 습습한 여름 밤. Placebo의 공연에서 내 인생은 서서히 바뀌기 시작했다. 누군가가 쏘아올린 불꽃, 그리고 거기에 던진 브라이언 몰코의 웃음. 그것이 터닝 포인트였다. 그 후, 좋아하는 밴드의 CD를 사거나 비정상적인 경로로 음악을 찾아서 듣기만 하던 수동적인 리스너에서 공연과 페스티벌을 보러 쫓아다니는 능동적인 참여자로 나는 변해갔다.

 

하나의 밴드, 그들의 연주에 집중할 수 있는 단독 공연도 물론 환상적이다. 하지만, 법이 허용하는 내에서의 모든 자유를 거리낌없이 누릴 수 있는 페스티벌은 나와 생물학적 코드가 일치한다고 생각한다. 거기에 더하여, 내가 그 동안 접해 보지 못했던 새로운 밴드와 뮤지션들을 만날 수 있고 그들의 팬이 될 수 있다는 것. 2007년 펜타포트의 Hollow Jan이 그랬고, 2008년 섬머소닉에서의 MGMT가 그랬다. 이 세상에는 너무나 멋진 밴드들과 음악들이 몰래 숨어있고, 그들을 만날 수 있도록 한 걸음의 발자국을 내미는 것이 페스티벌에 참여하는 행위라고 생각한다.

 

글라스톤베리를 몇 년 연속으로 참여하고, 유럽과 미국의 대규모 페스티벌을 쫓아다니는 열성적인 페스티벌 고어들에 비하면 지극히 초짜수준이지만, 요 몇 년 동안 참 많은 페스티벌을 오고 간 것 같다. 내 마음의 고향, 펜타포트락페스티벌은 (비록 지금은 그 위상이 좀 떨어지긴 했지만, 파이팅입니다!) 여전히 1년 중 가장 행복한 3일이고, 쌈싸페를 위시한 국내의 크고 작은 페스티벌들, 그리고 2007년과 2008년 섬머소닉 등. 휴가 일수가 지극히 제한적인 한국의 직딩으로서 참여가 가능한 수준의 페스티벌에 꽤나 많은 시간과 돈을 투자했다. 그리고 마침내, 아시아권 락페스티벌로는 최고 수준이라 일컬을 수 있는 FUJI ROCK FESTIVAL (이하 후지락)에 가기로 결정했다.

 

혼자라도 갈 생각이었으나, 어쩌다 보니 일행들이 생겼다. Company F의 타코와 진원, 그리고 2007년 섬머소닉때 알게 되었던 은지. 이렇게 세 명의 좋은 녀석들이 후지락에 함께했다. 티켓을 예매하고, 비행기를 예약하는 것으로 모든 준비가 끝. 텐트를 치고 캠핑을 하기 때문에 숙소 예약은 하지 않아도 된다. 텐트, 침낭을 포함한 짐을 꾸리고 비행기에 올랐다.

 

하네다에 내렸다. 강풍을 동반한 비가 내리고 있었지만, 도쿄역에서 신칸센을 타고 에치고유자와 역으로 가는 길은 다행히 화창했다. 에치고유자와역에 내려 후지락으로 올라가는 셔틀버스에 올랐다. 회장에 가까워질 무렵, 다시 비는 내리기 시작했다. 버스에서 내려 티켓팅을 했다. 손목에 입장 팔찌와 캠프 사이트 팔찌를 차고 캠핑장으로 올랐다. 페스티벌은 공식 일정은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지만, 이미 많은 텐트들이 캠프 사이트의 2/3이상을 선점하고 있었다. 겨우 괜찮은 자리를 찾아 텐트를 쳤다.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목요일 밤이었다.

 

텐트를 무사히 치고, 회장으로 입장. 공식 이벤트는 금요일부터지만, 목요일에는 불꽃놀이와함께 Red Marquee에서 전야제를 한다. 맥주를 손에 쥐고, 함께 간 녀석들과 성공적인 도착을 자축하며 나에바 산에서의 첫 날밤을 보냈다.

 

전날 밤에는 비가 그렇게 오더니, 아침에 내리쬐는 햇살이 텐트를 뜨겁게 달구었다. 산 속에서의 여유로운 늦잠을 즐기려했으나, 너무 더워서 눈을 떴다. 다닥다닥 늘어선 알록달록한 텐트들이 눈에 들어왔고, 이웃들과 인사를 나누었다. 캠핑 존에서의 5일 동안, 여기 저기서 온 많은 친구들을 만났다. 좋은 녀석들이었다. 자기들이 가져온 술들을 기꺼이 내 주며 스스럼없이 말을 건다. 페스티벌에서 만날 수 있는 건 음악뿐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너무나 자연스럽게 이웃들과 친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은 캠핑을 동반한 페스티벌이 제공할 수 있는 또 다른 선물이다.

 

후지락 입구에서 기념 사진을 찍고 메인 스테이지인 Green Stage로 이동하는 동안 벅찬 심장이 계속 뛰었다. 나도 모르게 얼굴에는 미소가 흐르고 있었다. Green Stage에서 Ash의 공연을 보고 일행들과 페스티벌 회장 전체를 둘러보았다. 메인 게이트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Orange Court 까지는 걸어서 30분 이상이 소요되는 엄청난 규모다. 넓은 부지, 아름다운 산길 중간중간에는 갖가지 Art Work들이 사람들을 반기고, 총 여덟 개의 무대들은 제각각의 얼굴로 포장되어 있다. 걷는 동안 타코가 말했다. , 여기는 음악이 들러리에요!정말 그랬다. 후지락은 그곳에 있다는 것 자체가 페스티벌이다. 페스티벌에서 좋아하는 밴드의 공연을 보고, 노래를 신나게 따라 부르고 신명 나게 춤을 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후지락에서는 그 이상의 무언가가 있었다. 수많은 밴드의 라이브를 BGM으로 깔아놓고, 신선한 공기를 들이키며 걷는 산 길. 그것이 후지락의 진짜 메인 헤드라이너라고 생각한다.

 

정말 사람들이 많다. 메인 스테이지인 Green Stage에는 어림잡아 5만 명 정도가 들어차고, 15만 명의 사람들이 3일 동안 후지락을 찾는다. 어딜 가나 기나긴 줄의 행렬이다. 아침에 샤워를 하려면 1시간 가량을 기다려야 하고 (그래서 난 5일 동안 샤워를 하지 않았다), 화장실을 사용할 때도, 밥을 먹을 때도, 맥주를 살 때도 줄을 서야 한다. 그런데도 아무도 불평 한 마디 없고, 짜증나는 표정을 짓지도 않는다. (짜증을 내며 싸우는 커플을 딱 한 번 봤는데, 한국 사람들이었다.) 그들에게 질서는 너무나도 당연한 것이며, 환경 보호는 생활이었다. 페스티벌이 끝나면 쓰레기 장이 되어버리는 한국 페스티벌과는 너무나도 다르다. 5만 명이 스테이지를 가득 채운 첫 날 Muse의 헤드라이너 공연이 끝난 후에도 바닥에는 담배 꽁초 하나 떨어져 있지 않았다. 분리수거 역시 철저하다. 페트병을 버릴 때도 비닐과 뚜껑을 분리해서 버린다. 화장실에 항상 구비되어 있는 화장지는 2009년 후지락에서 사람들이 먹고 버린 종이컵을 재활용해서 만든 것이라고 한다. 아무리 좋은 집에 살아도 가족 구성원이 청결하지 않다면 그 집은 곧 아수라장이 된다. 후지락을 즐기는 사람들은 그 모두가 후지락의 환경과 음악을 즐길 자격이 충분히 있는 사람들이었다.

 

음악은 오전 11부터 새벽 5까지 계속된다. 아침 햇살에 눈을 뜬다. 대충 정리 정돈을 하고 텐트의 이웃들과 아침 알코올과 함께 수다를 떤다. 점심 무렵이 되면 피에 굶주린 좀비처럼 음악이 흘러나오는 스테이지를 향해 터벅터벅 걸어간다. 밥을 먹고, 낮술에 취해 음악을 듣고, 산길을 걷고, 비를 맞고, 바닥에 드러누워 낮잠을 잔다. 해가 떨어지고 밤이 되면, 다시 술을 마시고 술에 취해 음악을 듣고 춤을 춘다. 더 이상 남아도는 체력이 없어지면 텐트로 돌아간다. 이미 삼삼오오 모여 술판을 벌이고 있는 텐트 이웃들과 어울려 또 술을 마시다가 지쳐 잠이 든다. 어떻게 보면 아주 간단해 보이지만 터프한 후지락에서의 하루 일상이다. 하지만 하루의 시작부터 끝까지, 저 멀리 스테이지에서 캠프 사이트까지 울리는 음악소리가 하루하루를 이어나가게 해 준다.

 

비는 계속되었다. 그치지 않고 줄창 내리는게 아니라, 가끔 햇살도 내리쬐기도 하는데, 기본적으로는 비가 왔다갔다 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텐트를 칠 때도 비가 쏟아지더니, 마지막 날, 텐트를 철수하는 아침에도 비가 줄줄 내렸다. 어딘가에 머물다가 다시 고향으로 돌아가는 날은 아쉽기 마련이지만, 5일 간의 짧은 체류였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짐을 꾸리는 손이 무척 느렸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의 텐트 철거는 지독히 '지랄'맞은 것이지만, 상황에서 비롯되는 짜증보다는 떠난다는 아쉬움이 더 컸다. 짐을 되싸면서 내년에도 다시 오자고 생각했다. 매달 얼마씩을 저금해야 하는지에 대한 계산이 머리속에서 이미 진행되고 있었다.

 

 

후지락을 준비하는 사람들을 위한 팁

1. 호텔 예약은 기본적으로 무척무척 어렵다고 보면 된다. 텐트에서 잘 생각으로 후지락을 준비해라. 힘들긴 하지만 얻게 되는게 분명히 있다.


2.
캠프 사이트에는 음식/주류 반입이 가능하다. 특히, 위스키 등의 알코올을 꼭 챙겨가라. 후지락은 물가가 비싸다. (맥주 및 칵테일류 600)


3.
장화, 비옷은 필수. 우산은 쓸 수가 없다.


4.
현금을 넉넉히 가져가라. 카드 사용 안되고, ATM도 없다.


5. Official Goods
는 금방 매진된다. 줄이 길더라도 아침 일찍 가서 구매해라. (라인업이 프린팅된 티셔츠 3,500)


6.
캠프 사이트에서 좋은 위치를 잡으려면 목요일 오후까지는 도착해야 한다. 안그러면 저기 산중턱까지 올라가야 할지도 모른다.


7.
모기는 한 마리도 없다. 모기약 없어도 된다.


8. (
비를 대비하여) 갈아입을 옷은 넉넉히. 그리고 지퍼백이 있으면 휴대전화/카메라 보호에 유용하다.


9.
대략적인 예산 정보

  a.
입장권+캠프사이트 티켓: 대략 60만원
  b.
항공권: 대략 55만원
  c.
하네다 도쿄역 리무진 버스: 왕복 2만원 가량
  d.
도쿄역 에치고 유자와 역 신칸센: 왕복 18만원 가량
  e.
체제비: 당신의 주량과 식사량에 따라. 그러나 현금은 넉넉히 준비할 것.

 

10. 가는 방법

a. 하네다 공항 도쿄역: 국내선 터미널에서 리무진 버스 탑승 (30분 소요)

b. 도쿄역 에치고유자와 역: 도쿄역 신칸센 창구에서 티켓 구입 후 기차 탑승 (1시간 정도 소요)

c. 에치고유자와 역 후지락 회장: 에치고유자와 역에서 무료 셔틀버스 탑승 (40분 소요)

 

 

 the Bling September 2010 issue

 

 

 

 

     

by spaceboy | 2010/09/01 12:04 | FUJI ROCK FESTIVAL | 트랙백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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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푸코 at 2014/05/22 13:54
넘 유용한 정보 감사합니다.

지금 거의 티켓을 지르는 쪽으로 마음이 기울고 있는데요.

여쭤볼 게 있는데

공연장 안에 핸드폰 충전할 만한 곳이 어느 정도로 있는지 감이 잘 안 오네요.

그리고 금요일 오전에 도착하게 되면 캠프사이트 내에서 얼마나 변방에 위치하게 되나요? 많이 불편해지는 건가요?

해외 여행 경험도 없고 혼자 준비하는 거라 지금 막막해서 서치를 엄청하고 있는데 유용한 글 써주셔서 도움 많이 됐습니다.

조심스럽게 질문 두 가지 적어 봅니다.
Commented by 푸코 at 2014/05/22 14:14
아 한 가지만 더 여쭤보면

지갑이나 귀중품은 들고 다니겠지만

텐트에 배낭 놔두고 다녀도 괜찮은 분위기인가요?
Commented by spaceboy at 2014/05/23 17:30
1. 캠프사이트에는 전력 공급이 제로라고 보시면 됩니다. 캠프사이트 아래에 있는 호텔과 상점에서 사람들이 쭈그리고 앉아 충전을 하고 있더군요.

2. 금요일 오전이면 꽤 멀리 텐트 설치하셔야겠네요. 캠프사이트 입구에서 5분 이상은 걸어서 올라가야 할 듯 합니다. 목요일 밤에 도착했을때 저희팀 텐트 사이트가 캠프사이트 입구에서 3분 정도 거리였어요.

3. 저는 텐트에 귀중품 모두 놔두고 다녔습니다. 물론 도난은 없었구요. 굉장히 안전하다고 생각됩니다만, 혹시나 모를 사고에 대비하시는게 좋을 듯하네요.

Commented by 푸코 at 2014/05/23 17:51
어차피 혼자 가는데 핸드폰은 아예 쓸 생각을 안 하는 게 좋을 것 같네요.. ㅜ.ㅜ 답변 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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