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가지 이야기




1.
발목에 IGINITION을 새겨서일까. 어제 블링 파티에서 놀다가 뭔가가 타는 고소한 냄새와 함께 허벅지에서 따끔거리는 통증을 느꼈다. 이게 뭐지, 하고 내려다보니 허벅지께에서 불이 타고 있었다. 손으로 탁탁 털고, 누군가가 옆에서 맥주를 부어주어서 불은 꺼졌다. 라이브에서 놀다가 이빨 깨어먹고, 클럽에서 바지가 불타고. 이런 기억들이 쌓여가면서 즐겁게 나이를 먹어가는게지.

2.
어디에선가 울어대고 있는 고양이 녀석의 울음 소리 외에는 어떤 소음도 들리지 않는 토요일 오후 4시 56분의 나의 침실. 얼마전에 미국에서 건너온 ARSENAL blanket 이 구겨진채 다리 밑에 깔려있고, 어제의 숙취 해소를 위한 오렌지 주스 한 잔. 그리고 조용한 연기를 뿜어내고 있는 담배 한개피. 재미는 방문턱에 기대어 나를 쳐다보고 있고, 나를 함께 바라보고 있는 캐비닛에 붙은 많은 사진들. 시각적인 기억과 청각적인 기억. 이 둘 중에 어떤 녀석이 뇌리에서 더 오랫동안 살아갈까. 누군가에 대해서 조용히 기억을 되짚을 때, 그 사람의 얼굴이 먼저 떠오를까, 나에게 말을 걸던 그 사람의 목소리가 먼저 떠오를까. 아니면, 어떤 단편적인 순간의 모든 것들, 그러니까 나를 바라보던 그 사람의 눈빛과 나긋한 목소리가 함께 기억의 자투리에서 가만히 숨어있는걸까.

3.
As Good As It Gets에서 잭니콜슨은 길을 걸을 때, 길 위에 무수히 깔려있는 '선'들을 밟지 않으려고 무지 애쓴다. 강박증, 이라는 병이 가져다주는 번거로움이지만, 이리저리 선을 피해서 걸어다니는 그의 모습이 불쌍해 보이지가 않았다. 그는 그 자신만의 규칙을 지키고자 애쓰는 것이었고, 그 규칙들을 완성해 나갈 때 어떤 작은 쾌감을 느끼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커다란 목적이 있고, 그것에 이르기까지 아웅다웅하고, 그러다가 성공과 실패의 대칭선에서 갈팡질팡하는 그런 삶이 있고, 성공의 확률이 큰 조그마한 목적들을 하나하나 완성해가면서 살아가는 그런 삶. 그리고 커다란 목적을 위해 조그마한 목적들을 구성하는 그런 삶. 뭐가 옳은지는 자신이 판단해야하는 몫인데, 아직까지 난 어떤 쪽의 길을 걷고 있는지조차 알고 있지 않으니, 원.

4.
문득, 내 블로그에는 어떤 사람들이 방문하여 내 염치없는 글들을 읽고 가는지 궁금해졌다. 하루 평균 방문자가 25명은 족히 되는 것 같은데. 안녕하세요, 여러분. 즐거운 하루 되세요. 별일 없으시죠?

5.
다행히, 글을 쓰고 있으니 어젯밤의 술이 조금씩 깨고있는 느낌이다. 8시 30분, 아톰리턴즈의 공연부터 새벽 3시 30분의 챔스 파이널까지. 오늘 밤은 참 즐겁고 길겠구나.



 


by spaceboy | 2011/05/28 17:22 | Ignition : thoughts | 트랙백 | 덧글(1)

트랙백 주소 : http://catology.egloos.com/tb/2805264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Commented by suvinon at 2011/06/09 17:15
4-1. 네. 안녕하세요!

:         :

:

비공개 덧글

◀ 이전 페이지          다음 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