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고민, 걸음





 여름같지도 않은 여름이 끝나고 어느덧 선선한 바람이 불어온다.
 여름이 짧았던 만큼, 계절이 바뀌는 이 순간이 참 아쉽다.
 페스티벌에서의 열정과 여름 끝자락 양양 앞바다의 서핑이 어슴푸레 가슴속에 남아있긴 하지만,
 나의 여름은 참으로 잔잔했다.
 그리고, 잔잔한 만큼 이 선선한 바람이 참 얄밉다.
 뜨거운 심장을 차분하게 식혀줘야 했을 바람이, 지금은 그냥 바람일 뿐이다. 참으로 일찍 불어온 것 같은 선선한 바람.

 고민이 있다.
 자분자분, 앞으로 걸어오고 있지만 그 길에서 만나는 사람들. 그리고 내 앞에서 나를 기다리는 갈림길.
 사람에 대한 고민이 크다. 얻은만큼 잃어가고, 잃은만큼 얻고 있고. 좋아했던만큼 실망하고, 관심조차 갖지 않았음에도 참으로 아름다운 사람들의 본모습을 보게되고.
 다른 요인들은 차치하고, 결국 내게 고민을 안겨 주는 것은 '좋아했던만큼 실망'을 안겨주는 사람들이겠지.
 아예 두 눈을 꼬옥 감고, 관심을 끊어버리면 그만이겠지만, 그럴 수만은 없는게 이 좁디좁은 세상. 그냥 휴우, 하고 한숨만 쉰다. 그리고 그 빈도는 높아진다.
 
 갈림길.
 분명히 있다. 어느 길을 택하던간에, 리와인드가 불가능한 하나뿐인 나의 인생에서는 결국은 일직선이다. 내가 서울로 왔건 오지 않았건, 해병대에 갔건 가지 않았건, 미국에 갔건 가지 않았건, 피디가 되었건 되지 않았건. 결국 지금의 나는 태어난 이후 지금까지의 삶에서 많은 갈림길에 서 있었겠지만 갈림길의 갈림들은 어차피 기억의 저 편에 묻혀져버린것이고 하나의 직선 위에 서서 걸어오고 있는 것 아닐까. 지금 내 앞에 나를 기다리고 있는 갈림길 역시, 언젠가 뒤돌아보면 무념으로 지나쳐 간 한 순간뿐인 것을.

 걷고 있다.
 내 다리는 여전히 튼튼하고, 시원시원한 나의 시력은 저어기 먼 앞을 보고 있다.
 지금 이 순간은 내 앞에 주어진 과제, 고민, 그리고 관계들에 집중하고 있을지는 몰라도 먼곳을 바라봄은 멈추지 않는다.
 멀리 보면 크게 걷는다. 대신, 발 앞의 돌뿌리에 발이 걸려 넘어질 수도 있다.
 코 앞을 보면 조심히 걷게 된다. 대신, 내가 가야할 곳이 어디인지를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
 존내 뛰어가다가 넘어질 수도 있겠지만, 멀리 보고 걷겠다.
 아직까지 나란 존재는 감성이 지배적인지라 화도 내고 삐치고 속도 상하고 미운 사람은 미친듯이 밉고 그렇다.
 하지만,
 멀리 보아야겠다, 는 신념만은 변치 않겠다.
 그것마저 놓아버리면, 되게 재미없을 것 같다.

 어차피
 피날레는
 있어야 하는게 아닌가.




 

by spaceboy | 2011/09/09 01:44 | Ignition : thoughts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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