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치고 꽃미남 밴드





 마지막으로 즐겨 보았던 한국 드라마가 '내멋대로 해라'였다면, 한국 드라마에 대한 나의 태도를 짐작할 수 있을게다. 유치하기 이를 데 없고, 결말이 뻔히 보이는 상투적인 전개는 나로하여금 항상 TV 채널을 돌리게 했다. 심지어는 지금, 케이블마저 끊어버려서 TV를 볼 수 조차 없다. 유럽 축구는 인터넷으로 쉽게 볼 수 있는 멋진 세상이라, 지금의 나에게 TV는 크게 중요한 기계가 아니다. 아, 중요한 기계이기도 하다. 컴퓨터를 TV에 연결해서 큰 화면으로 영화를 볼 수 있고, 무엇보다 나에게는 PS3라는 멋진 녀석까지 있으니까.

 뭐, 각설하고,

 1월 첫째주 금요일. 나는 행사를 위해 성우 리조트에 나가 있었고, 권이형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드라마 촬영을 위해 우리 집을 촬영 장소로 제공해달라는 부탁을 하기 위해서였다. 굳이 왜 우리집이여야 하느냐면, 장면 연출 상, 건물 2층에 위치한 집이 필요했는데, 형 주변에는 조건을 만족하는 집에서 살고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단다. (재미 녀석이 좀 걱정되기는 했지만) 형에게 신세진 것도 있고,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집이 한 때는 형이 서식하던 서식처이기도 하였기 때문에 흔쾌히 승낙을 했다.

촬영 시간은 월요일 오전부터 오후까지. 의령이 녀석에게 SOS를 쳐서 도움을 요청했다. 조건은 장소 대여료중 일부 지급. 백수인데다가 돈도 떨어져가고 있음이 분명하니, 녀석은 냉큼 제의를 승낙했다. 

 드라마 제목은 '닥치고 꽃미남 밴드'. 이민기가 나온단다. 촬영 장면은 이민기가 어떤 여자 집에서 자다가, 여자 아버지에게 들켜서 2층에서 뛰어내린다, 는 대략은 뻔한 씬. 촬영은 생각보다 오래 지연되었고, 오후 다섯시가 다 되어서야 스탭들이 모두 철수했다고 한다.

 그로부터 한 달 여 정도의 시간이 흘렀고, 드라마 방영이 시작되었다. 솔직히, 시작하는지도 몰랐는데 오늘 문득 생각이 났고, 인터넷을 뒤져보니 이런저런 호평하에 꽤나 주목을 받고 있는 듯 했다.

 검색을 하여, 다시보기를 통해 드라마를 대충 훑어봤다. 사무실에서 몰래 본거라 내용은 정확히 잘 모르겠고, 내 목적은 내 집이 드라마에 어떻게 나왔는지를 구경하기 위함이었다. 대충 아래와 같이 나왔다. ㅋㅋ. 재밌다. 여자가 살고 있는 내 방이라.


 <닥치고 꽃미남 밴드 1화 11분 쯤 장면>
 
 
 처음보는 가구들과 이것저것 소품들 사이에 보이는 내 물건들. 그리고, 뾰샤시한 효과를 줘서인지, 한 층 산뜻해 보이는게, 내 방이라는 생각을 하기는 쉽지가 않았다. 내 방을 왔다갔다 했던 친구들도, 저 씬을 보고 '엇, 저기 재석이 (형) (오빠) 네 방이잖아' 하고 짐작하기는 어려울 거란 생각.

 아무튼, (촬영 현장에 있지는 않았지만) 꽤 유쾌한 경험이었다. 집에 돌아가면 1화 다운로드 받아서 소장해둬야겠다. 히.







by spaceboy | 2012/02/01 17:13 | Ignition : thoughts | 트랙백 | 덧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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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spaceboy at 2012/02/01 23:31
캡쳐 사진 보고 좌측 하단의 플레이버튼 누른 사람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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