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nd of Snow



2011 Dec 3rd ~ 9th.
St. Anton, Austria.
Burton World Sales Meeting.

Burton에 입사 후 첫번째 출장.
11월 21일에 입사하고, 채 열흘을 넘기자 마자 떠났던 장거리 여행.
전 세계 Burton 직원들(중 일부)이 모여 다음해의 비즈니스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인데, 회사가 회사인지라 일정 중 하루를 아예 비우고 St. Anton의 리조트에서 라이딩을 한다. 그냥 노는게 아니라 새로 출시할 장비를 테스트 하고, 여기에 대한 피드백 세션을 가짐으로서 새로운 시즌에 대한 시장 예측과 함께 장비 개선을 도모할 수 있는 중요한 시간이기도 하다.

Austria. 눈의 나라였다.
Frankfurt에서 St. Anton으로 가려면 Innsbruck에서 기차를 타야 하는데, Innsbruck은 공항의 위치 자체가 알프스 산맥에 즈음해 있다. 만년설이 뒤덮인 하얀 산들. St. Anton으로 향하는 기차 차창 너머로 보이는 언덕들, 집들, 산들, 들판 모두 흰색 투성이었다. 조용했다.

St. Anton 리조트 정상에서 나는 생애 최초의 White Out 체험을 하게 된다. 고도가 얼마였는지는 기억이 안나지만, 무지 높은 곳에 나는 서 있었고, 그 곳에서 불어오는 눈돌풍은 모든것을 하얗게 지워버렸다. 어릴 적, 정전으로 멈춰버린 엘레베이터에 1시간 넘게 갇힌 적이 있었다. 눈을 뜨건, 감건 내 시야에 박히는 건 검은 어둠 뿐이었다. White Out도 마찬가지였다. 눈을 뜨건 감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건 마찬가지. 당시의 내 스노보드 실력은 초보수준을 막 넘긴 정도였다. 생존을 위한 필사적인 라이딩을 했고, 그건 너무나 힘든 일이었다.

산자락에 자리잡은 조그마한 컨벤션 홀에서 사흘간의 미팅은 이어졌다. 중간 중간의 intermission 때, 컨벤션 홀의 바깥에서 혼자 담배를 피우고 있노라면, '어떻게 눈이 이렇게 조용히 내릴 수가 있을까'하는 생각이 절로 들 만큼, 적막속에 눈이 소복히 쌓이고 있는 것을 보게 된다. 정말 조용히. 그리고 정말정말 하얗게. 서울의 도심에 쌓인, 회색 쓰레기와 검댕으로 더렵혀진 눈들이 오버랩되었다.

2011년, 나의 겨울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그리고 나는 이번 주 목요일, 일본의 니가타에서 겨울을 매듭짓게 된다.
지진 위협이 심각해지고 있단다. 돌아올 수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까지 나쁘지 않은 인생이었다고 생각한다. 












White Out. 잘못찍힌 사진이 아니다. 내 시야가 이랬다.


그나마 시야가 좀 확보 되었을때 찍은 슬로프 표지판.








Innsbruck Airport



Innsbruck Airport








by spaceboy | 2012/04/02 11:18 | Air : Out of the City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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