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spect to the local rock and roll








 2007년 펜타포트를 앞둔 어느 여름 날.
 펜타포트 라인업에 이름을 올린 국내 로컬 밴드들에 대한 궁금증이 일었고, 홍대 클럽들의 공연 스케줄을 디깅하여 그들의 공연을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언제였는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 어느 토요일. 매미가 많이 울던 날이었다.
 어둑어둑해 질 무렵, (지금은 없어진) SSAM 라이브 홀에 들어갔다. 
 컴컴한 장내에 입장하자마자 나를 감싸던 처절한 굉음.
 Hollow Jan. 그것이 나와 로컬 밴드와의 첫 조우로 기억한다. 
 
 Hollow Jan을 시작으로, 난 Guckkasten을 만났고, The Strikers를 만났다.
 새로운 무언가에 빠져버렸던게 무지 신이 났던지, 쌈싸페를 가고 Let's Rock Fest 등의 로컬 페스티벌들에서 많은 밴드들을 보고 느꼈다.
 이런 생각을 했다. 이 세상에는 참으로 수많은 밴드들과 음악들이 있고, 그 중 정말 멋진 것들이 많으며, 그것들은 내가 살아가고 있는 이 시간의 어느 이면에서 내가 그들을 찾아 주기를 기다리고 있는건 아닌지, 라는. 

 참 많은 감동을 받았던 것 같다.
 소규모 라이브 클럽에서 목격할 수 있는 그들의 땀. 옆 사람들의 호흡. 공연장 전체의 움직임. 퀘퀘묵은 담뱃진과 오래된 바에 찌든 맥주냄새. 그리고 내 손에 쥐어진 맥주와 입에 꼬나문 담배. 라이브와 술, 담배, 취기, 그리고 사람들이 뒤엉켜있는 라이브 클럽은 나에게는 또 다른 우주였다. 그리고 그 속에 펼쳐진 모든 것들은 그 전까지 내가 살았던 삶과는 또다른 방향성을 가지고 있었고, 그 '다름' 자체가 나에게는 감동이었다. 그렇게 나는 그들에게 빚을 지고 있었다.

 하지만, 오래가진 않았던 것 같다.
 2009년 겨울의 레이블 마켓 이후로, 왠지 모르게 관심이 식어버렸다. 특별한 이유는 없었던 것 같다. 굳이 이유를 찾자면, 경력과 관련된 내 삶은 치열해지기 시작했고, 주변의 사람들이 늘어나고 새로운 취미들이 생겼다는 것. 삶이라는 커다란 조각은 더욱 얇은 조각들로 세분화되어 갔으며, 그 이전까지 큰 덩치를 차지했던 음악의 파이는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할 정도로 작아져버렸던 것 같다. 
 
 그리고 몇 년의 시간이 지났다.

 House of Vans를 준비하면서, 라인업 선정을 위해 Unionway Krew들의 음악을 들으면서 옛날 기억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Unionway 천호대장이 건네준 The Coin Rocker Boys의 씨디를 차에서 들으며, 엉망인 레코딩을 비난하면서도 몇 번을 반복해서 듣고 또 들었다. 왠지 기분이 좋았다. 5년 전의 그 때 냄새가 나는 것 같기도 하고, 뭔가 나를 훈훈하게 데워주는 그런 맛이 있었다. 

 House of Vans. 8시. 락앤롤의 시작.
 The Coin Rocker Boys를 필두로 한 총 다섯 팀의 펑크락. 장내는 뜨거워졌다. 모두들 신이 났으며, 팀들은 거기에 부응하여 더 신이 났다. 더 신이 난 팀들을 보며 사람들은 더 신이 났으며, 더 신이 난 사람들을 보며 팀들은 더 신이 났다. 그렇게 4시간동안 공연은 진행되었고, 사람들은 땀을 흘리고 웃고 서로를 껴안고 벅찬 숨을 몰아쉬었다. 

 사람들의 안전을 위해, 높은 어딘가에서 그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뭐랄까. 느껴지는 뜨거운 무언가. 있는 듯 없는 듯, 씬에서 묵묵히 뮤지션으로서 자기의 할 일을 해 오던 팀들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그들을 보며 열광해주는 관객들에게도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이런 날이 가능하게 많은 도움을 준 VLUF 팀들 (그리고 그들 자신이 뮤지션이다)에게도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다시 말하자면, 씬(scene)은 항상 그 자리에서 모른척 존재하고 있었지만, 우리 역시 그들을 모른척 하고 있었던 거다. 뭔가 발화점이 '딱!'하고 터지면 그것은 커다란 덩치가 되어 스을쩍, 하고 움직인다. 그것도 매우 신이 나게.
 



 이제 시작이다. 받은 감동만큼 돌려줄 때다, 라고 생각하고 있다.








by spaceboy | 2013/02/26 19:14 | Electrification : muzique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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