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07월 15일
우중 캠핑

토요일 오후, 책을 읽다가 꾸벅꾸벅 낮잠을 자서인지 저녁에 잠이 오질 않았다.
간간히 텐트를 방문해준 동생들과 오랜만에 한두마디 얘기를 나누었다.
12시가 다 되어서, 플라스크에 담아 온 보드카를 마시고나서야 졸리기 시작했다.
구름이 좀 끼어있긴 했지만, 밤 하늘은 그다지 묵직하지 않았다. 비 냄새는 그다지 찾아볼 수가 없었다.
새벽 다섯시 쯤. 시끄러운 바깥의 소리에 잠이 깼다. 보통, 기사문 해변에서 잠이 들면 아침의 따가운 햇볕에서 비롯되는 무더위에 잠이 깨기 마련인데, 소음으로 잠이 깬 건 처음이었다.
텐트를 살짝 열고 밖을 내다보았다. 매서운 비바람이 몰아치고 있었고, 해변에 가설되어 있던 천막들과 천막 속에 준비되어있던 해변 용품들이 신나게 날아다니고 있었다.
일기예보를 확인하고 왔기 때문에, 비에 대해서는 어느정도 예상을 하고 왔지만, 태풍 수준의 비바람은 예상 밖이었다. 일단 텐트안에 앉아서 곰곰히 철수 계획을 짰다.
1분류: 젖으면 안되는 것들
- 침낭, 의류, 스피커, 직물 매트, 전화기, 랜턴, 버너
2분류: 젖어도 되긴 하지만 뒷처리가 번거로운 것들
- 식료품, 코펠, 아이스박스
3분류: 이미 젖어버렸기 때문에 나중에 말려야 하는 것들
- 텐트, 의자, 테이블 류
머릿속으로 분류작업을 마친 후에, 텐트내에 있는 장비를 꾸리기 시작했다.
침낭을 말아넣고, 매트를 개고, 늘어져 있던 옷가지들을 백팩에 챙겨놓고, 전자제품들은 미리 챙겨간 비닐봉지에 넣어서 백팩 안쪽으로 밀어넣고, 버너는 박스로 포장해서 최대한 물기를 만나지 않게 했다. 이너텐트와 아우터 사이의 공간에 보관해 뒀던 (잠들기 전에 미리 챙기기를 잘했다) 식료품, 코펠 아이스박스도 최대한 콤팩트하게 정리를 하고, 보드쇼츠를 입고 반 알몸으로 텐트를 나섰다.
비바람은 텐트를 바라보고 우측에서 좌측방향으로 매섭게 몰아치고 있었다. 랭글러를 텐트 우측편으로 옮겼다. 주차는 적재가 최대한 용이하게 트렁크쪽이 텐트 쪽을 향하게 했다. 트렁크 문을 열고 일단 1분류 품목들을 트렁크 최대한 안쪽으로 밀어넣고, 2분류 품목들도 3분류 품목과 겹치지 않을 정도로 정리를 마쳤다. 텐트를 걷기 시작했다. 이번에 새로 구입한 Poler 2 Men Tent는 설치와 철수가 아주 간편하게 디자인 되어 있어서 텐트를 걷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아우터를 걷어서 최대한 부피를 적게 말아서 차 트렁크에 넣은 다음, 프레임과 이너를 정리했다. 테이블을 대충 닦아서 2분류 품목들이 3분류 품목의 물기에 닿지 않게 공간을 정비했다.
전략을 짜고, 철수에 돌입하여 마무리하는데까지 20분이 걸리지 않은 것 같다. 뭔가 빠뜨린 품목들이 없는지 확인을 하고 쓰레기를 처리한 다음 Fun Surf에 서핑보드를 옮겼다.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하고 몸을 말린 후(이 순간의 따뜻한 샤워와 뽀송뽀송한 타월은 정말 기분이 좋다!), 다시 랭글러에 올라 서울로 향했다. 서울로 돌아가는 길에 2건의 자동차 사고 현장을 목격했고, 고속도로 상황을 알리는 전광판에는 산사태로 인한 중앙선의 폐쇄 소식이 지속적으로 전달되고 있었다.
* Key Takeaways
- 비오는 날의 캠핑은 위험하기도 하지만 꽤나 번거롭다. (특히 사후 처리)
- 급하게 변화된 상황이라도, 차분하게 전략을 짜면 피해를 최소화 한 대처가 충분히 가능하다.
- 혼자 떠나는 캠핑은 최대한 짐의 부피를 줄이는 것이 좋다.
- 차량은 텐트와 최대한 가까운 곳에 주차를 해둔다.
- 잠들기 전, 반드시 텐트의 주변 물품들을 정리한다. 가급적 이너와 아우터 사이의 공간에 넣어두는게 좋다. (도난방지도 된다)
- 전기제품 보호를 위해 백팩에는 항상 비닐봉지를 챙겨둔다.
# by | 2013/07/15 13:13 | Air : Out of the City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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