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페스티벌




 '만약, 2009년에 펜타와 지산이 둘로 쪼개어지지 않았다면.'


위의 한 문장은 한국 페스티벌 역사를 말할때 많은 사람들이 한 번 쯤은 얘기했을거란 생각이 든다. 난 저 문장을 토씨 하나 안 틀리고 매년 한 번 이상은 되뇌이는 듯 하다 - 혼잣말이건, 아님 누군가와의 페스티벌과 관련한 대화에서이건간에. 어쨋든 끈질기게 시간은 흘러왔고, 어느덧 펜타포트는 올해로 11년째, 그리고 지산은 (혹은 안산은, 혹은 밸리락은, 혹은 엠밸리락은, 염병. 아이덴티티가 없으니 이름 부르기도 이지랄) 8년째를 맞이한다. 후지락의 라인업이 발표되고, RHCP가 지산에 올거라는 루머가 돌면서 2016년의 여름 페스티벌이 서서히 막이 오르려 한다. 

양자의 대결 구조, 상업주의와 결탁한 배신자의 치졸한 길, 정통성과 화려함, 음악과 사람과 환경. 뭐 논할거리는 한참 많고, 이런 논쟁들은 페스티벌 빠돌이건, 종사자건, 주변 지인들과의 술자리에서 안주삼아 떠들어대는 것이 제일 맛깔나다. 저번주도 모 페스티벌 기획팀의 임과장과 라인업 얘기, 그간 흘러온 얘기, 엔지니어 등 기획 얘기를 나누다보니 한시간이 훌쩍 지나가더라. 

뭐, 나도 마케터고 전세계 탑 레벨의 상업 브랜드(그것도 맥주)를 등에 업고 있는 주제에, 페스티벌과 상업과의 연계를 통한 정통성 상실 따위의 말을 입에 담을 자격이 없다는 것, 잘 안다. 근데 슬프고 뭔가 기분 나쁜건 어쩔 수 없잖아. 매년 두 페스티벌의 최종 라인업이 공지가 된 후에, '저 두 페스티벌 라인업 합치면 짱 재밌겠다!!!' 라는 생각을 나만 하는건 아닐거라는.

올해는 여름에 몇가지 페스티벌이 더 생길거라고 한다. 록페건, EDM 페스티벌이건, 또 3년전처럼 빤짝 페스티벌들으 주구장창 생겨나면서 서로 제 살 깎아먹다가 몇 팀 고장나서 탭아웃하겠지. 이런걸 목격하다보면 문화관광부가 되었건 누가 되었건, 누가 교통정리 좀 해 주면 좋겠다, 는 생각이 든다. 

"문화부 장관입니다. 2016년 2일자로, 올해 여름 페스티벌 관련 최종 공지 드립니다. 펜타와 지산으로 나눠져 운영되던 두 록 페스티벌이 통합되어 원년대로 펜타포트록페스티벌이 인천 송도에서 개최됩니다. 두 페스티벌 관계자들의 이해와 양보에 대해 깊은 감사 말씀 드립니다. 록 팬들은 대동단결하여 뜨거운 여름 날씨와의 한판 승부를 펼쳐 보세요!"

이렇게 말이다. 총 다섯 스테이지에서 펼쳐지는 페스티벌. 관객들은 어느 스테이지의 어느 타임에 올라오는 어떤 밴드를 선택해야할지 고민고민해야 하는 그런 멋진 시간.  



그랬으면 참 좋겠습니다. 
 









by spaceboy | 2016/02/15 16:41 | Ignition : thoughts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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