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을 구하다.



다음주에 있을 하프마라톤 연습을 위해 영표와 한강 반포지구로 차를 타고 잠수교를 지나고 있었다. 

다리를 중간 쯤 지날 무렵, 영표가 갑자기 차를 세우면서, '어 저게 뭐야!'하고 외쳤다. 반대쪽 차선을 보니 어떤 아저씨 한분이 다리 난간에 걸터앉아 계셨다. 뭔가를 생각할 겨를도 없이 나는 바로 차량 밖으로 뛰어나가 아저씨에게 달려가서 겨드랑이 사이로 손을 집어넣고 아저씨를 끌어내렸다. 

'아저씨 왜 그러시냐고', 하니까 아저씨는 오히려 내게 화를 냈다. 남의 일이니 신경 쓰지말고 가라고. 난 이제 갈 곳도, 잘 곳도 없어서 그냥 죽을거니 신경쓰지말라고. 

그 사이에 영표는 차량을 주차하고 내가 있는 쪽으로 왔다. 영표는 아저씨 손을 잡고, 나는 아저씨 어깨를 잡고 '힘내시라고', '그래도 좋은 일도 있지 않냐고' 말씀을 드렸지만, 아저씨는 계속 침울한 표정으로 '동생들 그냥 가...난 그냥 죽을거야. 이제 갈 곳도, 잘 곳도 없어'라는 말만 반복했다. 

영표에게 아저씨 진정시키고 있으라 하고, 몇발자국 떨어져 경찰에게 전화를 하고 상황을 설명했다. 10분정도 지나고 경찰이 와서 아저씨를 인계하고 우리의 인적사항을 전달한 후 나와 영표는 러닝하러 반포로 향했다. 

아저씨. 얼마나 힘드셨으면 그런 선택을 하시려 했을까. 자신은 인생의 낙이 더이상 없다고, 이젠 좋은 기억도 없다고 하시길래, '아저씨. 그래도 친구들하고 소주 한 잔 할때 즐겁잖아요. 살다보면 좋은 일도 있는 거에요'라고 주제넘은 말씀을 드렸다. 

사는 건 힘이든다. 나도 종종 그런 생각이 들고, 가끔 우울할 때는 아주 밑바닥까지 떨어져서 어둠만을 바라보기도 한다. 

하지만 밝은 기분으로 살아갈 때는, '아무리 힘들어도 분명 좋은 일은 있겠지,' 하고 생각한다. 집에서 와이프와 먹는 맛있는 밥, 친구들과 가끔 소주한잔 하는 자리, 여름날 락 페스티벌, 날씨 좋은 날의 교외 라이딩, 결정적인 순간에 올라가는 야구 타석, 뜨거운 여름날의 맥주 한 잔, 업무에서의 성취감, 장거리 달리기, 맨유전에서의 아스날의 승리, 바닷가 캠핑 등등. 나쁜 일들만 품고 사는 사람은 없다. 그 누구든지 '좋은 일'은 있고, 그것이 삶을 유지하는 동력이라고 생각한다. 

  

영화 아메리칸 뷰티에서 그랬다. Today is the first day of the rest of your life. 
오늘은 당신의 남은 여생에서 첫번째 날이라고. 좋은 일은 살다보면 찾아온다는 말을 믿는다. 






by spaceboy | 2017/11/13 09:47 | Ignition : thoughts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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