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레슨






 고향 친구들과 옹기종기 모여 야구를 시작했던게 아마 2007년 즈음이었지 싶다. 
 가끔 모여 캐치볼이나 하자,고 시작했던게 점점 진지해져서 사회인야구 리그에 가입하고, 3부리그의 항상 꼴찌였던 우리팀은 성장을 거듭해 리그 우승을 하기도 했다. 
 빠른 발과 선구안 덕분에 나는 1번 혹은 2번의 타석에 들어섰고, 수비는 유격수 아니면 2루수. 나름 팀에서 주축이었다. 시간이 지나 고향 친구팀은 해체했다. 육아와 사회생활, 그리고 달라진 관심사 (특히 골프)가 팀이 해체된 주된 이유라고 생각한다. 

 하이네켄에 입사하고 회사에 야구팀이 있다는 걸 알게되었다. 입사 후 얼마되지 않아 팀에 입단했고, 3년동안 2주에 혹은 3주에 한 번씩 모여 리그 시합을 하고 있다. 야구팀 덕에 회사에 친한 동생들도 많이 생겼다. 

 우리 팀에는 승현이라는 에이스 투수가 있었다. 그런데 이 녀석이 뭔가 새로운 것에 도전해보고 싶다고 해서 회사를 관뒀다. 팀 내에 에이스가 사라져버린 위기상황이 생겼고, 이를 메우는데 보탬이 되기 위해서 야구 레슨(특히 투수 레슨)을 받기 시작했다. 

 레슨을 받으러 간 첫날. 코치에게 나의 짧은 사회인 야구 경력에 대해 얘기했다. 그는 나에게 지금까지의 방식으로 공을 던져보라고 시키지도 않고, 아예 초등학교 1학년에게 야구를 가르치듯 아주 기초적인 것 부터 알려준다. 부끄럽게도 나는 지난 10여년의 시간 동안 공을 제대로 잡는 법 조차 모르고 있었고, 공을 던지는 이상적인 메커니즘에서 1만광년 가까이 떨어져 있는 이상한 폼으로 공을 던져왔음을 알게 되었다. 

 너무 어렵다. 그동안 즐겨왔던 야구가 이렇게 어려운 것인지 몰랐다. 기존에 하던, 몸에 10년동안 베인 습관과 코치가 알려주는 이론이 머릿속과 근육에서 엉망진창 꼬이면서 이것도 저것도 아닌 엉성한 폼이 나온다. 그리고 승질이 난다. 내가 이렇게나 운동신경이 없는 사람이었나? 내 몸이 왜 이렇게 이해를 못하지? 머리로는 잘 알겠는데 이게 왜 이렇게 되는 걸까. 

 이런 생각이 든다. 아예 야구를 시작하지 않았다면. 아니, 야구를 시작할 때 제대로 배울걸. 차근차근 시간을 들여 제대로 배우고 시합에 나갈걸. 이런 엉망인 폼으로 10년이나 야구를 하지 말걸. 

 살아가는 삶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다. 새로운 무언가를 시작할 때는 제대로 첫 걸음을 떼어야 한다는 것. 너무 멀리 가 버리면 잘못된 익숙함을 버리고 새로운 올바름을 추구하기에는 너무나 많은 고통과 어려움이 따르게 된다는 것. 

 Soul Asylum이 Runaway Train에서 말했다. Wrong way on a one way train. 선로를 바꾸기에는 너무 늦은 때도 있다지만, 아무튼 지금 나는 선로의 각도라도 몇 도 틀어보려고 무지 노력을 하고는 있는 중이다. 


 








by spaceboy | 2018/06/04 13:33 | Ignition : thoughts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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